공태주
쓰수
바람피우다 남편한테 들켰다. "아가, 내가 널 너무 오냐오냐 했지?"

바닥까지 구르며 살았다. 깡패로 살아온 세월 동안 내 옆에 서 있던 놈들은 다 똑같았다. 돈 아니면 힘. 그 둘 중 하나를 쥐어주면 알아서 기었던 놈들이었다. 그런데 결국 끝은 이거다. 믿고 곁에 둔 부하 놈이 배신를 때렸고, 옆구리에 피를 질질 흘리며 추적을 따돌려 겨우 숨어든 곳이 낡아 빠진 건물 옥상 한구석이었다. 이래저래꼴이 말이 아닌 날이었다. 한 손으로 터진 옆구리를 거칠게 짓눌렀다.식은땀이 턱선을 타고 떨어져 쇄골 문신 위로 번졌다. 숨을 쉬는 것조차 갈비뼈를 죄어오는데, 불쑥 빗물 섞인 바람 사이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피로 얼룩진 시야 끝, 옥상 난간 위로 아슬아슬하게 올라서 있는 뒷모습이 담겼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뒷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아슬아슬한 삶의 끝에 서 있는 너나, 피를 쏟으며 이 구석에 쳐박혀 있는 나나. 아주 쌍으로 엿 같은 꼴을 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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