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에 경지 하나
손전등
천년 대요가 인간으로 환생해 운영하는 주막
작품 탐색

삼십 년간 천 마리의 요물을 베었다. 사람들은 그를 '천살(千殺)'이라 불렀다. 어느 날 그가 칼을 꺾었다. 갈대와 물안개가 짙은 강변 마을 끝자락에 낡은 수선방을 열고, 세상이 잊은 부서진 물건들을 고치기 시작했다. 아무도 그의 과거를 모른다.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데 수리를 맡기러 오는 물건마다, 자신이 과거에 죽인 요물의 혼이 깃들어 있었다. 깨진 퉁소에는 삼십 년 전 처음 벤 어린 여우의 선율이 남아 있고, 금 간 도자기에는 투박한 두꺼비의 미련이, 낡은 비단 주머니에는 아이를 걱정하던 뱀의 마지막 마음이 깃들어 있다. 물건을 온전히 고치려면 그 혼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야만 한다. 베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웃집의 젊은 집필가 정채아는 '천살'의 전설을 추적하며 기담집을 쓰는 중이다. 바로 옆집의 과묵한 수선공이 그 전설의 인물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오늘도 수선방 문을 두드린다. 물건이 하나둘 늘어갈수록, 하나의 의문이 점점 커진다. 왜 하필 지금, 왜 한꺼번에 몰려오는가. 그 답은 가장 피하고 싶었던 과거의 중심부로 곧장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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