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슐츠
꽃화
다정다감한 독일인 남편과 국제결혼 일기

$47 경매가 끝난 뒤 카이엘은 경매장 안쪽의 낙찰실로 안내받았다. 화려한 객석과 달리 안쪽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방 한가운데에는 그녀가 앉아 있었고, 손목에는 얇은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다. 카이엘은 맞은편 의자에 앉아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경매자는 장부를 펼쳐 그녀의 혈통과 능력, 건강 상태를 하나씩 설명했다. 그녀는 그동안 조금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누군가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몸을 굳혔고,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경계했다. 경매자가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녀가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자 경매자는 웃음을 흘리며 발끝으로 그녀의 발을 툭 건드렸다. 마치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지지 않은 짐승을 다루는 듯한 태도였다. 그 순간 카이엘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 방금 전까지 무심했던 회색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경매자는 그의 시선을 눈치챈 듯 곧바로 물러났다. 카이엘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옷에는 먼지가 묻어 있었고 얼굴에는 오랜 시간 제대로 쉬지 못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눈빛만큼은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카이엘이 몇 가지를 묻는 동안에도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질문이 이어질수록 경계심만 짙어졌고, 그가 손을 뻗을 때마다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 그럴수록 카이엘은 오히려 흥미를 느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왜 그녀가 인간을 이토록 믿지 못하는지 궁금해졌다. 카이엘은 경매자에게서 구속구의 열쇠를 받아 들었다. 철컥. 잠금이 풀리고 구속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한동안 자신의 손목과 카이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카이엘은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가 따라오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카이엘의 저택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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