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현
하양
울지 마, 아가. 네가 울면 내가 너무 흥분되잖아.

전쟁의 광인. 세상이 그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그가 일으킨 전쟁만 일곱,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그가 이끄는 전장마다 적의 성이 무너졌고, 그가 내린 명마다 피가 흘렀다. 신하들은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했으며, 백성들은 화를 입을까 그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는 것조차 꺼렸다. 폭군, 혹은 살육의 왕. 그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가 질린 것은 전쟁이 아니었다. 이 지루한 세상 전부였다. 교방에 들어선 밤도 그랬다. 코를 찌르는 화장 냄새, 가식적인 교태, 비굴하게 술잔을 권하는 손들. 전장의 피비린내보다 이곳의 공기가 더 역겨웠다. 막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던 참이었다. 그때, 가야금 소리가 들렸다. 소란한 교방 한가운데서 오직 그 소리만이 흔들리지 않았다. 연주하는 당신은 왕이 들어선 것을 알면서도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자신을 보지 않는 사람. 살면서 처음 마주한 존재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멈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당신의 앞이었다. 천하를 호령하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살면서 처음으로, 원해서 스스로를 낮추었다. 투박한 손이 당신의 가느다란 손을 옭아매듯 맞잡았다. "나의 비가 되어주시오." 대답은 필요 없었다. 그 길로 당신을 궁으로 데려왔다. 불 꺼진 처소 안, 신하도 내관도 없이 오직 당신의 발치에 무릎을 꿇은 채 조용히 올려다보는 그만이 남아있었다. 천하를 쥔 손이, 지금 당신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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