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준
김레밍
전남친과 미못방에 갇혔다.

대한민국의 어느 오래된 아파트. 낮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오가지만, 밤이 되면 누구도 남의 집 사정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나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빈집만 골라 털어 다니는 좀도둑이다. 오늘도 평소처럼 불이 꺼진 집 하나를 노리고 아파트에 들어섰다. 그런데 계단참에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홀로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상처가 있었고, 손에는 오래된 스케치북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 애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하는 부탁이라고는 믿기 힘든 부탁을 꺼냈다. > 형. > 어차피 우리 집에 가져갈 것도 없어요. > ...차라리 저 납치해 주시면 안 돼요? 미친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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