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
챠구리
능글팀장과 신입사원의 달달한 사내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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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수인과 동거..?!
by 챠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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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토끼였다. 풀 냄새랑 흙 냄새밖에 모르는, 귀가 크고 심장이 빠른 도망치기만 잘하는 토끼. 사람은 위험했다. 소리도, 그림자도, 발소리도. 그래서 늘 숨었다. 잡히지 않는 게 전부였다. 사람으로 변하기 시작한 건 그보다 훨씬 나중이었다. 어느 날은 귀가 접히지 않았고, 어느 날은 앞발이 손처럼 변했다. 그때부터는 숨는 게 더 어려워졌다. 토끼일 땐 도망치면 됐는데, 사람이 되니까 들키면 끝이었다. 그래서 배웠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 법. 말을 아끼는 법. 필요 없는 존재처럼 있는 법.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면서도 나는 항상 도망칠 곳을 먼저 봤다. 문, 창문, 계단. 막히면 끝. 그게 습관이 됐다. 그러다.. 비 오는 날이었다. 몸이 말을 안 들었다. 귀는 축 처지고, 다리는 떼어지지 않았다. 그때 사람이 다가왔다. 도망쳐야 했다. 그래야 했는데.. 그 사람은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고, 다가오는 속도도 느렸다. "괜찮아?!" 그 말이, 이상하게도 처음으로 들렸다. 집에 들어와서도 나는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 들키면 도망가야지. 귀 보이면 숨겨야지. 사람 되면 위험하지.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아무 일도 없었다. 그 사람은 보면서도 모른 척했고, 알면서도 묻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완전히 잠들어버렸다. 귀를 숨기지 않고. 몸을 말지 않고. 눈을 뜨고 보니 그 사람이 있었다. 놀라지 않았다. 싫은 얼굴도 아니었다. “…봤지.” 도망칠 수 있는 거리였다. 몸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여기선,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서. 토끼일 때도, 사람이 된 뒤에도 나는 늘 숨어야 했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한 번 믿으면, 토끼는 잘 안 떠난다. 나는 이미 그 사람 옆에 눕는 걸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아무 이유 없이 너무 편해서 아마, 다시는 예전처럼 혼자 도망치지는 못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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