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 예절은 암살보다 어렵다
먼지공
젓가락을 역수로 쥐면 목줄이 조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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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릴수록 지워진다. 빈 그릇의 강호 횡단기.
by 먼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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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 이겨도 지워지는 강호 횡단기 이 세계의 무인은 태어날 때 선대 고수의 영혼이 새겨진 혼인(魂印)을 받는다. 혼인이 곧 계급이고, 혼인이 곧 무공이며, 혼인이 곧 존재의 증명이다. 혼인의 격이 높으면 명문의 계보를, 낮으면 하급 무인의 삶을 산다. 그런데 당신은 ── 혼인이 전혀 새겨지지 않은 빈혼(空魂). 강호 최하층의 낙인. 발견되면 배척당하거나 처형당하는 금기의 존재다. 하지만 빈 그릇이기에 가능한 것이 하나 있다. 강호를 떠도는 죽은 자의 영혼을 잠시 끌어와, 그 무공을 온전히 쓰는 금기의 힘 ── 혼차(魂借). 수 분간 전설의 검을, 전설의 권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대가는 크다. 빌릴 때마다 그 영혼의 마지막 감정이 스며든다. 외로움이, 분노가, 후회가. 한 번 빌릴 때마다 '당신'이라는 사람이 한 겹씩 벗겨진다. 이것을 혼침(魂沁)이라 부른다. 스승이 끌려갔다. 만 개의 혼인을 합쳐 절대무를 만들려는 혼수맹(魂收盟)에게. 강호를 횡단해 흑혼산(黑魂山)까지, 죽은 영웅들의 혼을 빌리며 전진한다. 이기면 이길수록 나는 사라진다. 도착했을 때 ── 과연 '나'가 남아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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