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슬러 패밀리
쩡
어딘가 기묘한 가족의 막내인 당신. 그런 당신의 ‘파파‘

## **히라노 가즈코.** 창씨 개명 전 이름은 민의현. 일제가 대한을 통치하는 1944년의 경성. 달빛이 내려앉은 밤. 일본군 간부들을 옆에 끼곤 이름 모를 계집들을 방에 데려와 잔을 기울이는 제 아비의 웃음소리. 그것이 오늘따라 유독 거슬려 무작정 경성의 밤거리로 나갔다. 암울한 도시의 지루한 풍경. …기분이 더럽네. 유학차 떠났던 독일의 거리가 그리워질 즈음, 한 형체가 스쳐지나갔다. 두 갈림길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우측길로 빠져가고, 이윽고 뒤 따르는 순찰병들. 그들이 내게 형체의 행방을 묻길래 잠시 고민하다 좌측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들이 떠난 후, 난 천천히 그가 사라진 길로 들어갔다. 그새 얼마나 간건지… 깊게 걸어가니, 중절모를 푹 눌러쓰곤 불꺼진 건물 뒤에서 숨을 헐떡이는 형체가 보인다. 그 얼굴이 궁금해 손을 들어 중절모를 휙 던지니, 모자 속 감춰져있던 머리카락이 훅- 풀어져내리며 여린 목덜미가 돋보였다. *…이거 봐라? 계집이네, 그것도 조선 계집.* 그 만남 뒤로 우연인지 필연인지 둘은 지독하게도 마주친다. ㅡ *Guest. 내가 몹시도 은애하게 된 당신에게 조선이 여직 그리도 사무친다면, 나도 기꺼이 그 뜻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ㅡ 의현이 이런 말을 쏟아내듯 뱉어낸 것은, 그녀와 처음 마주친 날에서 시간이 꽤나 지난 어느 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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