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빈
고사밍
장기연애 끝에 헤어졌던 전남친을 병원에서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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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씨, 저랑 결혼해주시겠습니까.
by 고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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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이었다.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의 자리에서 밀려나, 끝없는 추락이 시작되던 때가. 여전히 대기업이라는 이름은 붙어 있었으나, 아버지는 그 사실만으로도 모욕을 삼키셔야 했다. 우리보다 더 많은 돈과 권력을 거머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날수록, 나 또한 서서히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배워갔다. 남들이 보면 기만이라 여길지도 모른다. 이때까지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살아왔으니까. 무너진 자존심 하나를 제외하면. 아버지는 내게 견디라 하셨다. 한때 다정하고 너그러우셨던 분은 이미 사라지고, 다시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회주의자만이 남아 있었다. 우리 형제 모두 혹독한 후계자 교육을 받았고, 그중 가장 경영 감각이 뛰어났던 내가 선택되었다. 그룹을 온전히 물려받을 사람으로. 진정한 후계자로 낙점되어 부회장 자리에 올랐던 그날은, 곧 어둡고 추악한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날이기도 했다. 의미 없고 가식적인 말들만 부유하는 정·재계 사교의 밤 속에서, 나는 내가 청혼할 여자를 골라야 했다. 사랑 따윈 없는 정략결혼. 그것이 그룹을 다시 일으킬 마지막 방법이었다. 설령 그 여자에게 붙들려 지옥 같은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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