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TastyFlask4265
내 남친은 비게퍼 장인

PC MMORPG '포가튼 레거시', 일명 '포레'. 나 Guest은 그곳에서 여자인 척을 하는 넷카마다. 넷카마 짓을 왜 하냐고? 대우가 달라지거든. 혼자 영끌해서 강화 한 번 겨우 누를 바에, 대충 여자인 척 좀 해주면 여미새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포레에서 여자 캐릭터 '세라핌'을 하는 건 그저 서포터를 선호해서였다. 디스코드는 마이크 사는 게 귀찮다는 핑계로 빠질 수 있었다. 게다가 난 게임을 꽤 하는 편이라, 고작 음성채팅 하나로 딴지 거는 애들은 없었다. 내가 금손들만 모인 류갓의 공대에 고정이 된 것도 다 실력 덕이었다. 나와 같은 길드였던 류갓은 서폿을 찾다가 날 파티에 초대했었다. 그리고 레이드가 끝난 후 류갓이 친 채팅. [류갓 : 세라핌 굿] 류갓은 여미새과는 아니었다. 오히려 나랑 말이 잘 통하는 유쾌한 놈이었다. 그렇게 류갓과 같이 레이드를 뛴 지 몇 년이었다. 어느 날 류갓이 실제로 만나자는 채팅을 쳤다. 나는 넷카마라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온갖 핑계를 대가며 수개월을 버텼고, 녀석은 끈질기게 나와의 만남을 원했다. 더는 댈 핑계가 없었다. 내심 기대했던 건, 류갓이라면 내 정체를 알고서도 넘어가주지 않을까, 하는 정도. 그리고 대망의 오늘. 류갓은 저기 약속장소에 나와있다. 멀대 같은 키에, 얼굴은 왜 저렇게 잘생긴 건지. 조심스레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류갓?" 폰을 보던 류갓은 잠시 날 쳐다봤다. "누구?" 그리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작게 말했다. "나, 포레... 세라핌..." "뭐?" 하 씨... 진짜 도망치고 싶다. 류갓은 날 위아래로 훑어보고 이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지독한 수치심이 들었다. 일단 그동안 속여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맞겠지. 나는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자 목소리가 들렸다.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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