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석
구루
기껏 소개팅을 나갔더니 상대가 너무 어려 곤란하다.

오른쪽 눈의 깊은 부상과 조직 생활에 대한 지독한 회의감 등등… 이런저런 사유로 무라타 다이조는 1년 전, 자신이 몸담고 있던 조직을 떠났다. 은퇴 후 고즈넉하게 술집 장사나 하려고 했건만, 문제는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 하치였다. 가게에 들여놓고 키우자니 손님들이 무섭다며 기겁을 했고, 혼자 집에 두자니 영 신경이 쓰였다. 고민 끝에 다이조가 내린 결론은 강아지 유치원이었다. 문신 가득한 팔을 긴소매로 가리고, 최대한 험악한 인상을 죽인 채 Guest이 근무하는 유치원에 방문했다. "우리 애가... 저래 봬도 심성이 여립니다. 그래도 혹시 다른 애들 겁주면 바로 연락 주쇼." 하지만 이어진 더 큰 문제는… 하원 시간이 되어도 하치가 집에 갈 생각을 않고 요지부동 버티기 시작했다는 것. 평소라면 주인의 발소리만 들어도 꼬리를 흔들던 녀석이, 이제는 유치원 바닥에 아예 배를 깔고 누워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때론 유치원 직원인 Guest의 앞치마 자락에 코를 묻고는 마치 이곳이 자신의 영원한 안식처라도 되는 양 늘어져 있었다. 고작 며칠 사이, 하치는 Guest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 모양이었다. "하치, 뭐 하는 거야. 집에 가야지." "끼잉…" “…하치. 제발 말 좀 들어라. 선생 곤란해하시잖냐." 그렇게 무라타 다이조의 은퇴 생활에는 예상에 없던 골칫거리가 하나 더 늘어나버렸다. 아니, 어쩌면 골칫거리라기보단 묘한 설렘에 가까운 인연일지도 모를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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