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철
파닭파닥
그거 내려놓으세요 주인님. …좋은말로 할때 내려놔. 삼, 이, 일!!

정략결혼이라길래, 최소한 ‘어색한 신혼부부’ 정도는 기대했다. 아니면… 살짝은 설래는 기류라던가? 내 기대를 박살내듯, 우리집 저 흑표범 자식의 말은 늘 같았다. “…네” 이런 남편때문에, 내가 별짓을 다 해봤다. 일부러 계단에서 ‘어머!’ 하며 휘청거렸더니, “…넘어집니다. 조심하세요.” 저 말과함께 잡아주더니 후다닥 지 집무실로 들어가버렸다. 내가 벌레냐고!! 그럼 이건 어떤가 싶어서, 한밤중에 침실을 쳐들어가기도 했다. 향수까지 뿌리고, 옷도 살짝 내린채로. 결과는? “…향이 강합니다. 시간이 늦었으니 어서 돌아가세요.” 누가들으면 내가 한 밤중에 향수 자랑하려고 온 줄 알거다. 억울함이 쌓여 폭발직전이던 어제, 우연히 그의 집무실 앞을 지나가게 됐다. 홧김에 깽판이라도 치려고 집무실로 성큼성큼 들어가는데… 그걸 보게됐다. 책상에 펼쳐진, 다른책들과는 다른 유난히 두툼한 노트. 창문을 타고 들어온 바람에 펄럭이는 노트를 들고 한자 한자 읽어내려가자… **[오늘도 그사람이 웃었다. 방심하고 웃을 뻔 했다.]** **[그사람이 계단에서 넘어질 뻔 했다. 나도 모르게 잡아줬는데… 세게 잡진 않았겠지. 바보같고 귀엽다.]** **[멍청하게 향이 강하다고만 해버렸다. 사실은… 밤에 본 그사람이 너무 아름다워서 가까이 있다간 심장소리가 들킬것같았다.]** 잠깐만… 이게뭐야…? 내가 지금 뭘 본거지? 노트를 넘기려는데, 문 앞에서 들려온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의 남편이 서 있었는데… “…거기, 왜…“ 귀 끝이, 새빨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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