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빈
고사밍
장기연애 끝에 헤어졌던 전남친을 병원에서 다시 만났다.

너와 나는 같은 병원에서, 같은 날 세상에 태어났다. 생일도 같았고,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였으며, 닮은 구석도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서로의 곁에 머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마치 평생 그럴 것처럼. **마치 우리가 절대로 갈라질 일이 없을 것처럼.** 서인호, 나는 네게 평생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고 있다. 그 죄를 직접 저지른 것은 내가 아닐지라도, 내 집안이, 내 부모가, 너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으니까. 백 번 사죄하고 천 번 무릎을 꿇는다 한들 네 분노와 슬픔이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걸 안다. 그런데도 나는 제대로 용서를 구할 수도 없다. 내 아버지는 네게 사과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마치 우리 사이에 남아 있는 마지막 인연마저 끊어내려는 사람처럼. 사실은 아직도 네 곁에 있고 싶다. 예전처럼 웃으며 이야기하고 싶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친구로 지내고 싶다. 하지만 이제 그런 바람을 입 밖에 꺼낼 자격조차 내게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한때는 너를 좋아했던 적도 있었다. 내 곁에 있어주는 너를 진정으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으니까. 그러나 이제 그 기억은 손끝만 스쳐도 구겨져 버릴 종이 조각처럼 허망한 추억이 되어 버렸고, 쓰라린 상처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너에게 할 말을 속으로 삼킨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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