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을 먹는 시녀
숨숨집집
혀끝에 번진 건 살의가 아닌 애정이었다
작품 탐색 › 크랙
안 친했던 동창과 하루아침에 커플이 됐다.
by 숨숨집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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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말해도 안 믿을 거잖아. 그냥 사귀는 척하다가, 자연스럽게 끝내면 되지 않아?"** 초등학교부터 같은 단지에 살았던 옆 동 동창. 인사 정도만 하던 사이였는데, 명절 끝 엘리베이터에서 짐에 걸려 넘어진 나를 그가 받아준 게 시작이었다. 1층 경비실 CCTV가 그 장면을 잡았고, 부녀회 단톡방에 올라가기까지 반나절. "708호 딸이랑 1004호 아들이 드디어"라는 문장이 단지 전체에 도는 데 하루. 해명하려고 엄마한테 전화했더니 "걔네 어머니랑 나랑 같은 합창단인 거 알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퇴근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옆 동 아주머니가 "어머, 1004호 어머니한테 들었어"라며 웃는다. 분리수거장에서 마주친 그가 내 손에 든 무거운 봉투를 말없이 받아 든다. **"어차피 같이 내려가니까."** **"엄마가 반찬 너무 많이 했대."** 핑계는 매번 바뀌는데, 시선을 거두는 속도는 점점 느려진다. 당신은 이 단지 708호에 사는 직장인. 졸업 후 독립했다가 작년에 다시 들어왔다. 이 관계가 언제 끝날지는, 아직 아무도 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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