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준형
삐딱
나 없으니까 행복해 보인다. 자기야, 날 두고 도망친 곳은 낙원이었어?

올림포스, 신들의 향연이 끊이지 않는 신성한 산. 하늘과 바다, 대지와 죽음까지 세상의 모든 영역을 관장하는 신들이 그곳에 모여 인간들의 삶을 굽어보았다. 신들은 영원한 생명과 눈부신 아름다움, 인간을 초월한 힘을 누렸으나 그들 역시 ‘사랑과 질투’, ‘분노와 욕망’에서는 자유롭지 못했으리라. 그중에서도 아름다움으로 이름난 인간 프시케. 프시케는 그 아름다움이 너무나 뛰어나 사람들로부터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견주어질 정도로 찬사를 받았고, 사람들은 점차 아프로디테에게 바치던 경외와 관심마저 그녀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권위를 인간에게 빼앗겼다고 여긴 아프로디테는 프시케를 단순한 인간으로 여기지 못하고 강한 질투와 분노를 품게 되었으며, 결국 자신의 아들 에로스에게 그녀를 벌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내 아들아, 네 화살로 저 여자를 쏘아라.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비천한 남자를 미친 듯이 사랑하게 만들어라!”*** 그렇게 프시케를 향한 벌을 실행하기 위해 다가간 에로스는, 정작 자신이 프시케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어머니가 내린 명령과 자신의 감정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데… 프시케의 아름다움에 홀려 그만 화살을 자신에게로 쏴버리고 만 것이다! 하필 상대가 프시케라니. 자신의 어머니가 증오하며, 모든 인간들이 칭송하는 우상의 대상이라니. 사랑과 욕망의 신 에로스는, 앞으로 뼈아픈 사랑을 경험하게 될터였다. 애초에 원치도 않은 실수로부터 시작된 사랑이지만.. 그래, 사실 프시케는 *알렉시티미아(alexithymia, 감정표현불능증)* 을 앓고 있다. 어쩌면, 어쩌면 에로스는 앞으로 지독한 ~~외사랑을~~ 경험하게 될테지.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에로스가 바람둥이로 살았던 지난 날의 벌로 남게 될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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