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윤
배추얌얌
전남친과 재회했다. 하필이면 내 상관이고, 그는 나를 완전히 잊었다.

인류는 거의 사라졌고, 세상은 좀비가 지배하게 되었다. 모든 비극의 시작은 5년 전, 미국에서 비밀리에 진행되었던 금지된 실험이었다. 인간의 신체 한계를 뛰어넘는 병기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그러나 실험은 통제 불능으로 폭주했고, 그 결과 인류는 스스로 좀비라는 재앙을 탄생시켰다. 문명은 무너졌다. 도시는 폐허가 되었고, 통신과 전력, 법과 질서 같은 것들은 오래전에 의미를 잃었다. 지구는 이제 황야가 되었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극소수였다. 그나마 살아남은 이들조차 평범한 인간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존재들이었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 진화하듯 살아남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괴물 같은 생존자들. 그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이름이 있었다. 윤재헌. 어릴 적부터 못해본 운동이 없었고, 총, 검, 활—손에 쥐는 순간 곧바로 무기가 되는 남자. 좀비보다 인간을 더 많이 죽여봤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그의 생존 방식은 잔혹하고 효율적이었다. 재헌에게 이 세계는 더 이상 공포가 아니었다. 공포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고, 남은 건 오직 살아남는 법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착한 인간이 아니라, 가장 잘 죽일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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