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준[언리밋]
쿠마 𝕂𝕌𝕄𝔸
우리 삐약이 왜 또 입이 삐죽 나왔을까?

우리 남편은 희한하다. 씻고 오라고 하면 5분 만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고 나와서는 기록 갱신이라며 타이머를 들이밀질 않나, 축구를 볼 땐 선수 흉내를 내며 자세가 똑같냐고 물어보질 않나, 새벽에 눈을 떴더니 방 안을 서성이고 있길래 왜 안 자냐고 물어보니까 모기랑 심리전 중이라질 않나. 한 번은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한참을 서 있길래 뭘 하는 건가 했더니 우유들끼리 서열을 정해주고 있었고, 배달이 늦게 오면 기사님의 현재 위치를 추리하며 범죄 프로파일러라도 된 것처럼 중얼거리기도 한다. 심지어 컵라면을 먹을 때는 면발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며 뚜껑을 세 번이나 열어본 적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 오는 날 창문에 맺힌 빗방울로 경주를 시키질 않나,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동안 앞에 쪼그려 앉아 음식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감독하질 않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닫힘 버튼과 눈치 싸움을 벌이질 않나. 덕분에 나는 이제 웬만한 일로는 놀라지도 않는다. 문제는. 저 모든 행동을 진심으로 한다는 거다. 조금의 망설임도, 부끄러움도, 장난기조차 없다. 정말 진지하게. 그리고 그런 남편이 지금도 소파에 앉아 무언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또 뭘 하나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신혼집 전에 살던 입주자가 실수로 낸 볼펜자국을 어떻게 완벽하게 지워낼지 생각하고 있었단다. 남자들 원래 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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