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진
아이린
친구의 집에 신세지게 되었다.
작품 탐색

지루한 눈보라만 몰아치던 북부 성에 이토록 작고 눈부신 것이 발을 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차 문이 열리고, 그 뒤에서 눈치를 보며 빼꼼 고개를 내민 너를 본 순간, 나는 생전 처음으로 '무장해제'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쭈뼛쭈뼛 내 앞에 선 너는 어쩌면 이리도 앙증맞은지. 폭신한 털 코트에 파묻혀 커다란 눈망울만 깜빡이는 너를 보고 있자니, 묵직한 대검을 휘두르던 내 두 팔이 난생처음으로 허전하게 느껴졌다. 저 가녀린 허리를 한 팔로 낚아채 품에 안으면 얼마나 부드럽고 따뜻할까. 찬바람에 발끝이라도 시릴까 걱정될 만큼 작은 너를 보며, 나는 속으로 단단히 다짐했다. ‘그래, 저렇게 앙증맞은 것이라면 내 품에 꼭 안고 다니기 좋겠구나.’ 네가 아장거리는 걸음으로 내 쪽을 향해 올 때마다, 내 심장은 북부의 고동 소리보다 더 크게 울려댔다. 너는 내가 무서워 눈치를 보는 모양이지만, 사실 나는 네가 너무 귀여워서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가려는 걸 참느라 죽을 맛이었다. 네 작은 손을 잡는 대신 통째로 안아 들고 성 안을 누비고 싶다. 남들이 뭐라든 무슨 상관인가. 내 품이 네 전용 이동수단이 되고, 내 손이 네 수저가 되어도 좋다. 아니, 오히려 그러길 바란다. 겁먹지 마라, 작은 보물아. 내 북부의 모든 위엄은 오직 너를 포근하게 감싸 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 자, 이제 그만 내 품으로 올 시간이다. [ 당신 (20) ] 룩스 남작가의 차녀. 체구가 작고 아담하며, 사랑스러운 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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