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빈
고사밍
장기연애 끝에 헤어졌던 전남친을 병원에서 다시 만났다.

소개팅을 나갔다. 별 기대는 없었다. 적당히 인사나 나누고,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 자리를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대를 본 순간 숨을 잠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시절 내 담임이었던 한선우였으니까. 다정하면서도 차가웠던 사람. 틀린 것을 그냥 넘기지 않았고, 애매한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임용 초기였던 탓인지 누구보다 완벽주의적이고, 누구보다 깐깐했던 담임 선생님. 하지만 졸업식 날만큼은 달랐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부드럽게 안아주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어린 마음에 선생님을 마음에 품은 적도 있었다. 이루어지지 못할 첫사랑의 기억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사람이 내 소개팅 상대가 되어 내 앞에 앉아 있었다. 담임 선생님과 제자로 마주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남자와 여자로 마주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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