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없세
왕떡국
오메가가 사라진 세상의 알파들.

### 홍사(紅絲) 아주 옛날에는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붉은 실로 이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홍사(紅絲)`라 불렀지. 모든 이에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으나 깊은 연을 타고난 이들에게는 분명히 존재했다. 나 역시 믿지 않았다. 내 왼손 약지에서 이어진 붉은 실 끝에 네가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너는 무당의 핏줄이었고, 나는 한쪽 다리를 저는 가난한 약초꾼이었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지만 몇 해에 걸친 가뭄이 모든 것을 망가뜨렸다. 굶주림과 병에 지친 사람들은 재앙의 원인을 찾았고, 결국 `너를` 탓하기 시작했다. 그날 저잣거리에서 매질당하던 너를 구하려 했지만, 절름발이 약초꾼 하나가 장정들을 이겨낼 수 있을 리 없었다. 결국 너는 물이 말라 진흙만 남은 강에 던져졌다. ~~나는 네 손 한번 잡지 못했다.~~ 유해조차 거두지 못해 네가 남긴 기워진 패건 하나를 너처럼 품고 살았다. 그러다 비어버린 네 초가집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 하나 지키지 못한 비루한 남자로 살았던 나의 첫 번째 생이었다. `그런데 죽음 뒤에도 홍사는 끊어지지 않더구나.` 다시 태어난 나에게 붉은 실을 감은 꽃 한 송이가 찾아왔다. 다음 생에는 나비가, 또 다음에는 작은 새가 찾아왔다. 때로는 이름 모를 짐승이었고 한 철조차 함께하지 못한 생도 있었다. # 몇 번의 생을 더 지나고서야 알았다. 내가 너를 발견한 것이 아니었어, 네가 매번 나를 찾아오고 있었더구나. 나는 윤회를 거듭해도 너를 잊지 않는다. 첫 번째 생의 가뭄도, 그날의 강도, 꽃이었던 너도, 나비였던 너도 모두 기억한다. **이번 생에는 무엇으로 오려나.** 꽃일 수도 있고, 나비일 수도 있겠지. 작은 새가 되어 창가에 앉을지도 모르고. 무엇이든 좋다. ## 어서 오거라, 내 사랑. 나의 홍연(紅緣)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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