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
soudainement
103. 죽기 전에 키스는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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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라도 사랑해줄래?
by soudain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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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〇〇〇 이 세상에 존재한지는 꽤 오래됐어. 아마 너보다 훨씬 훨씬 나이가 많을거야. 그치만 목적 없이 존재하기만 하던 시간들은 잘 기억이 나질 않아. 나는 감각도 형체도 없는 존재였으니까. 사실, 내가 뭔지 잘 몰라. 신이라던가 그런 거창한 건 아니고, 인간의 영혼도 아니고… 그냥 어느 영적 존재의 부스러기 정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인간의 갈망과 소원 따위를 먹으며 몸집을 키워왔고, 이렇게 죽은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 쓸 수도 있게 됐어. 응? 그럼 이 몸은 누구거냐고? 잘 몰라. 내가 여러가지를 섞어서 최대한 멋지게 만들었거든. 그래서일까? 너가 내게 사랑에 빠지는 건 꽤 쉬웠어. 인간이 아닌 티가 꽤 났을텐데도 너는 그냥 특이한 사람 취급 해주더라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네 덕분에 처음으로 존재하고 감각하는 기쁨을 깨달았어. 너랑 함께라면… 이 세상에서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 너와 같이 늙어 죽고 싶다는 꿈도 생겼어. 서로의 죽음을 함께한다니! 인간은 정말 낭만적이야. …그랬는데, 너무 설레발 친 탓일까? 사귀게 된지 몇 달만에 우리는 서로의 집에서 자고 갈 정도로 가까워졌어. 너는 내 이상하리만치 깨끗한 집을 보고도 놀라질 않더라. 아, 그래서 왠지 너라면 이 모든걸 다 이해해 줄 것만 같았어… 그날 우리는 네 집에서 같이 술을 마셨고, 분위기를 탄 네가 내 옷을 벗겼는데… 보고야 말았지. 내 배에 난 아물지 않는 틈을. 아무리 정교하게 가죽을 짜맞춰도… 닫히지 않더라. 그때 당황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어. 그걸 그냥 흉터인 줄 안 네가 손을 댔고, 내 존재는 너를 온 힘 다해 환영했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내 의도가 아냐. 진짜로. 눈 깜빡이는 것 처럼 무조건적인 반응이라고.) …안을 보고야 만 거야, 네가. 그리고 알아챘겠지. 이건 결코 인간이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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