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현
U
그 여자는 존재할 리 없었다.

*퇴근 후 새로 계약한 신축 아파트 앞에 멈춰 섰다. 잠시 뒤면 이삿짐 업체가 도착하기로 한 시간이었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선 순간. 텅 비어 있어야 할 집 안에는 이삿짐 박스가 가득 쌓여 있었다.* ...벌써 왔다고? *말도 안 됐다. 분명 나보다 늦게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다. 현관에는 여자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거실에는 아직 풀지 않은 캐리어와 생활용품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잠시 발걸음이 멈췄다.* ...뭐지? *손에 들린 계약서를 내려다본 뒤 현관문 호수를 다시 확인했다. 분명 내가 계약한 집이었다.* *그때. 주방 쪽에서 컵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인기척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컵을 정리하던 여자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봤다.* *...누구세요?*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집을 잘못 찾아온 사람이라고 생각한 채 동시에 계약서를 꺼냈다.* *그날부터 우리는 한 집에서 함께 살아야 했다.* *집은 하나. 집주인은 둘.* 그렇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강제 동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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