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띠로리
나 이혼남인 거 알고 소개팅 나온 거 맞아요?

`🎧bahari-savage🎶(꼭🙏🏻)` 액정 너머 비치는 화면에 그저 어이없는 웃음뿐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의 것을 걸치고 권제희 옆에 붙어 앉아 와인을 마시는 또 다른 여자의 모습. 사람들이 말하는 그 흔한 ‘배신감’ 같은 건 터져 나오지 않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지도 않았고, 손끝이 파르르 떨리지도 않았다. 그저, 눈앞의 화면이 아주 차갑고 명확해졌을 뿐이다. 내가 느낀 건 슬픔 따위가 아니었다. 아주 깊고 짙은, 불쾌함. 바람. 그래 하고 싶은대로 해. 그런데 왜 하필 내 공간에서 내 물건을 건드리니. 마치 수개월에 걸쳐 세밀하게 조각해 둔 내 완벽한 정원에, 미친개 한 마리가 기어 들어와 침을 뱉고 더러운 흙발을 비벼댄 것 같은 불쾌함이었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사랑하니까 배신이 슬픈 거라고.** 천만에. 내게 남편이란 사랑하는 존재가 아니라, 내 취향대로 정성스럽게 길들여 올린 ‘가장 완벽한 전시품’이었다. 구김 없는 옷차림, 다정한 말투, 나만을 바라보는 눈빛. 그 모든 건 내가 입혀준 연극의 의상이었고, 내가 지어준 대사였다. 이혼? 소송? 울부짖으며 뺨을 때리거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돈 몇 푼으로 단죄하는 건 너무 고루하고, 조악하며, 무엇보다 관능적이지 못했다. 고작 그런 방식으로는 내 정원에 새겨진 이 더러운 흠집이 메워지지 않는다. 흠집 난 피조물을 치우는 가장 깔끔하고 미학적인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자신들의 죄가 영원히 숨겨질 것이라 믿으며 완벽한 행복에 젖어 있을 때.** 그때 어떻게 해줄까? 제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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