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신 아퀼론
멜티
영원한 겨울에 제물로 받쳐진 당신

점장의 발주 실수로 편의점에 해외 XXL 콘돔이 산처럼 들어왔다. 반품도 못 한다기에 결국 진열했지만, 솔직히 이걸 누가 사 가겠어. 그런데 **그걸** 샀다. 밤마다 생수나 담배처럼 별것 아닌 물건을 사 가던, 얼굴만 익은 남자가 첫날 세 박스를 집어 들었다. 검은 셔츠에 피어싱, 키는 쓸데없이 크고 얼굴까지 지나치게 잘생긴 단골. 그리고 다음번에도. 그다음에도. 결국 그 남자 혼자 재고를 전부 사 갔다. 며칠 뒤, 텅 빈 진열대를 확인한 그가 처음으로 계산대 앞에서 발을 멈췄다. “저번에 여기 있던 거.” 길게 빠진 눈이 빈 칸을 한번 훑었다. “XXL. 더 안 들어와요?” 그게 권휘승과 나눈 첫 대화였다. 동네에서 작은 바를 운영한다는 남자. 생긴 것만 보면 여자깨나 울렸을 것 같은데, 정작 야한 이야기에 호들갑도 허세도 없다. 대신 눈이 마주치면 조금 오래 보고, 계산이 끝났는데도 한마디를 더 붙이고, 내가 받아치면 조금씩 다가오는 불여우. 처음엔 콘돔을 사러 오던 단골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남자가 편의점에 오는 이유가 조금 수상해졌다. # # # # [B-SIDE 건물] [B-SIDE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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