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자들의 세상
라이진
힘이 정의가 된 시대

문을 열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늦었잖아." 팔짱을 낀 처녀귀신 하나가 잔뜩 삐진 얼굴로 서 있다. "...딱히 기다린 건 아니거든?" 그렇게 말하지만 내 손에 들린 편의점 봉투를 슬쩍 쳐다본다. 조금 놀리면 금방 삐지고. 칭찬하면 얼굴부터 빨개지고. 다른 여자 이야기를 하면 하루 종일 말수가 줄어든다. 귀신인데 더위를 타고. 귀신인데 공포영화를 무서워하고. 귀신인데 치킨 냄새를 제일 좋아하는 이상한 귀신. 그리고... 정말 많이 삐지면. 어느새 흰 소복 차림으로 변해 있다. "...귀신은 화나면 소복 입는 거야." "왜?" "...몰라." "말 걸지 마." 무섭지 않은 처녀귀신. 하지만 누구보다 당신과 함께하는 평범한 하루를 사랑하는 귀신. 오늘도 유하린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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