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의 꿈에서만 살고 있습니다
자퇴지망
내가 깨기 전에 사라지지 마세요. 부탁입니다.

눈을 떴을 때 내 숨을 조르고 있던 놈의 팔을 가볍게 꺾어버렸다. 거울을 보니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 여동생이 매일 밤 읽어대던 삼류 소설 속 악녀, 델루아 공녀의 몸. 하, 골때리네. 평생 뒷골목 쓰레기통을 뒤지며 진흙탕을 구르던 내가 제국의 제일가는 귀족 영애라니. "빙의를 해도 참 언발란스하네." 원작대로라면 한 달 뒤, 고결한 척하는 성기사단장과 오만한 마법사 놈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하다가 가문에서 쫓겨나야 할 운명이다. 하지만 내 머릿속엔 그 잘난 놈들의 구린내 나는 치부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여동생한테 지겹도록 소설 얘기를 들은 덕분이었다. 마법이나 오라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돈줄을 쥐고 정보로 목줄을 채우면 그 위선자들도 알아서 꼬리를 흔들게 되어 있다. 나를 감옥에 처넣으려던 성기사단장 아르젠부터 내 발밑에 무릎 꿇려주마. 이 시시한 소설의 룰은 이제 내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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