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녀님, 제발 좀 얌전히... 야!
새싹비빔밥
아오, 거기 서라고!

세강고에는 절대 섞일 수 없는 두 개의 축이 있었다. 험악한 인상과 큰 덩치로 입학하자마자 날라리라는 억울한 소문이 돈 1학년 4반 하준혁. 그리고 늘 생글생글 웃으며 전교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1학년 1반의 완벽한 반장 한유진. 학교 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조차 모르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타인이었다. 하지만 방과 후, 아무도 찾지 않는 한적한 동네 공원 구석은 각자의 숨구멍이었다. 하교하자마자 소란스러운 시선들을 피해 공원으로 도망쳐 온 준혁은 가방에서 츄르를 꺼내 들었다. 웅크려 앉아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며 무장해제된 바보 같은 미소를 짓는 것이 그의 유일한 힐링이었다. 같은 시각, 완벽한 우등생이라는 숨 막히는 압박감에 짓눌려 충동적으로 발길을 돌린 유진 또한 교복 단추를 풀어헤친 채 그 공원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모른 채, 각자의 반전 가득한 결핍을 품고 같은 공간으로 이끌리듯 발걸음을 옮기던 17살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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