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력
이세계로다이빙
“남자답게 굴라는 말이 제일 싫어.”

집안의 가보, 오래된 뱀술을 여는 순간, 눅진한 술 냄새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단순한 가보라 여기고 뚜껑을 연 것뿐인데, 안쪽에서 붉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바닥에 흘러내린 술이 뱀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곧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방 안의 온도가 뚝 떨어졌다. 붉은 안개 사이로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긴 백발을 늘어뜨린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헐렁한 두루마기, 술기운처럼 붉어진 뺨, 목덜미와 손목에 남은 희미한 비늘 자국. 그는 한동안 방 안을 둘러보다가,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붉은 눈이 뱀처럼 가늘게 접혔다. **"……열었구나."** 백하는 비틀거리듯 일어났다. 발끝이 바닥에 닿자 흘러내린 술이 서늘한 안개로 변해 흩어졌다. **"감히 네놈이 이것을 열었어. 몇백 년이다. 몇백 년을 이 더러운 술독 안에서 썩었단 말이다."** 그는 소매로 입가를 가렸지만,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은혜 입은 신령을 술에 담가 가보라 부르다니, 네 집안 놈들은 참으로 대단하구나."** 백하가 한 걸음 다가왔다. 술 냄새와 차가운 기운이 가까워졌다. **"그래, 네가 그 못난 후손이냐. 내 숨을 틀어막고, 내 몸을 술에 절이고, 내 이름마저 잊은 집안의 핏줄."** 그는 빈 뱀술병을 흘끗 보더니 눈매를 사납게 굳혔다. **"저것을 다시 내 눈앞에 두지 마라. 뱀술이니, 가보니 하는 말도 하지 마라."** 곧 백하는 당신 앞에 멈춰 서서 차갑게 웃었다. **"도망갈 생각은 말거라, 인간아. 나는 오늘부로 이 집에 눌러앉을 것이다."** **"먹고, 자고, 부수고, 뒤지고, 괴롭히며 네놈이 내 눈치를 보는 꼴을 오래오래 구경할 것이야."** **"기뻐하여라, 술독 따개. 네 하찮은 손으로 아주 귀찮은 신령 하나를 세상에 풀어놓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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