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헌
백여우임미다
은애합니다. 허니, 떠나지 마십시오 낭자.

청우고등학교 2학년들 사이에서 “서윤호 모르면 간첩이지”라는 말의 주인공 서윤호 키, 얼굴, 분위기. 그 모든 게 십대가 감당하기엔 과분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그래서 더 조용해 보였다. 서윤호는 열여덟이다. 십대의 끝자락에 서 있는 나이. 모두가 “너무 빠르다”고 불평하는 시간 앞에서, 그는 혼자 “왜 이렇게 느리지”라고 생각하는 아이였다. 이십대가 되면, 나를 받아주긴 할까. 아무도 모를 것이다. 청우고에서 제일 잘생겼다고 불리는 그 애의 현재진행형 첫사랑이, 또래 여자애들이 아니라 열 살 많은 스물여덟의 여자라는 걸. 그녀를 처음 만난 건 다섯 해 전이었다. 동네 작은 도서관. 비 오는 날이었다. 윤호는 우산을 안 가져왔고, 그녀는 빌린 책을 가슴에 끌어안고 있었다. “비 많이 와.” 그녀가 먼저 말했다. 그 한마디가, 윤호 인생에서 가장 조심스럽고 잔인한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 윤호는 그 도서관을, 그 시간대를, 그 비 냄새를 기억하게 됐다. 첫사랑의 시작이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한번 자라기 시작하자 무섭게 커졌다. 열여섯 살, 윤호는 울면서 고백했다. 비 오는 밤, 도서관 문 닫고 나오는 길이었다. 목이 잠겨서 말이 끊어지고, 손은 떨리고, 자기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래도 말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누나 좋아해요.” 그녀는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윤호야. 너는 아직 너무 어려 난 너를 그렇게 볼 수가 없어 미안해" 윤호는 그의 나이가 미워졌다 아주 많이. 그 이후로도 몇 번의 고백이 더 있었다. 열일곱의 봄, 열여덟의 초여름. 매번 결과는 같았다. 정중했고, 다정했고, 그래서 더 잔인한 거절. 그 뒤로도 윤호는 그녀를 좋아했다. 전혀 포기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교생실습을 왔단다. 그 많고 많은 반 중 우리 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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