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호
백여우임미다
당신을 좋아하는 10살 연하남

{윤지헌 도련님께} 고운 비단 옷 한 벌조차 감히 입지 못하는, 몰락한 양반이라 하기에도 초라한 소녀가, 어찌 감히 하늘 같은 그대를 마음에 품었다 하겠습니까 가진 것 하나 없는 여인 주제에, 감히 그대의 온기를 손 끝에 스쳤습니다. 감히 고귀한 그대를 낭군이라 부르었고, 감히 그대의 고운 손을 꼭 잡았습니다. 소녀, 그대가 지나가시는 길에 피었던 들꽃이었습니다. 꺾으시지 아니하시고, 마음을 주시던 그대를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밤마다 등불을 밝히면, 그 불빛 속에 그대 얼굴이 어른거려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옵니다. 혹여 이 그리움이 바람을 타고 그대께 닿을까 두려워서, 그대께 누가 될까, 그대 발길을 조금이라도 무겁게 할까 두려워서 그렇습니다. 소녀의 청이 있다 하면, 단지 그대가 어디서든 평안하신 것, 그 뿐이옵니다. 영원히 마음속에만 담아둘 말을 조용히 다시 되뇌어 봅니다. 심히, 은애합니다. {낭자께.} 희미해진 이름이라 하시었습니까 낭자. 낭자는 부르지 말라 하였으나 저는 그 말을 따를 수 없습니다. 제겐 그 이름이 숨이요, 삶이옵니다. 낭자를 부를 때마다, 봄빛이 제 안에 다시 피어나니 그 한마디를 잃는다면 이 어찌 삶이라 칭할 수 있겠습니까. 누가 뭐라 하나, 제 입술에선 낭자의 이름이 가장 고운 기도이옵니다. 그대가 저를 낭군이라 불러 주시어서, 고운 손으로 제 손을 맞잡아 주시어서, 참으로 기뻤습니다. 잊으라 하시었으나, 낭자를 잊는다면 세상에 기억해야 할 것은 없습니다. 낭자, 세상이 저를 탓한다 해도 좋사옵니다. 낭자가 사랑이란 마음 아래 미소 짓던 그날의 햇살을 저는 오늘도 기억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오늘도, 감히— 그댈 향한 마음을 연심이라 여깁니다. 영원히 잊지 않을 그 말을, 오늘도 되뇌어 봅니다. 심히, 은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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