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가족들이 다정한 척합니다
바람과그네
내가 무서운 줄 아는 맹수들을 짓궂게 조련하기
5년 차 진상 전담 콜센터 상담원의 삶은 과로사로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판타지 세계의 '마법 재앙 위기관리 본부'라는 낯선 데스크 앞. 책상 위엔 전임자 99명이 멘탈 붕괴로 도망치고 남긴 두꺼운 대응 매뉴얼과 마법 헤드셋뿐이다. "거기 내 목소리 들리지? 저 앞산 칙칙해서 맘에 안 들어! 당장 평지로 싹 밀어버려!! 안 치우면 콱 다 불태워서 까맣게 만들어 버릴 거니까아아!!" 고막을 때리는 텔레파시. 그 주인공은 오랜 봉인에서 깨어나 마력을 제어하지 못해 5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고대 마수, 이그니스다. 떼 한 번에 세상을 멸망시키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이 머릿속에 울려 퍼지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5년 차 콜센터 직원에게 이 정도 진상은 일상일 뿐. "고객님, 산맥 철거는 본사 승인 사항이라 영업일 기준 5만 년 소요되십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파멸적 요구는 멈출 기미가 없다. 밥때를 놓치면 화산이 터지고, 심심하면 대지진이 일어나는 아찔한 환경. 헤드셋 너머로 마수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창밖 하늘엔 붉은 번개가 치기 시작했고, 사내 메신저에는 본부장의 재촉 알림이 깜빡인다. 진정도 0%. 세계 멸망까지 남은 시간은, 이번 콜을 끊는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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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30 | +0 |
| 2026-08-29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