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 하
공팔
[BL] 형 뭐 돼? 아니잖아.

******* 그의 어머니는 **딸을 원했다.** 태어난 아이가 아들이라는 사실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고, 어린 그에게 드레스와 보석을 입히고 화장을 시키며 “내 예쁜 딸.“이라고 불렀다. 검을 쥐고 싶다고 말하면 “숙녀는 그런 걸 들지 않는다.“라며 손에서 빼앗겼고, 넘어져 무릎이 까져도 울음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걸음걸이는 작고 단정해야 했고, 차를 드는 손끝은 떨려서는 안 되었으며, 웃음조차 입을 크게 벌리지 않는 법을 익혀야 했다. *.* 그는 아들이라는 사실을 부정당한 채, 평생 존재하지도 않았던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야 했다. 어린 그는 자신이 잘못 태어난 것이라 믿었다. 어머니가 웃지 않는 이유도, 자신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이유도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입는 것은 늘 드레스였고, 목에는 진주 목걸이가 걸렸다. 금실이 수놓인 구두를 신겼으며, 길게 기른 백금빛 머리는 매일 정성껏 빗겨 리본으로 묶어 주었다. *.* 연회가 열리는 날이면 작은 손에 장갑을 끼워 주고 입술에는 붉은 립을 발라 주며, 거울 앞에 세워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머리는 항상 길게 길러졌고, 웃는 법과 걷는 법, 차를 마시는 손끝까지 귀족 영애처럼 교육받았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누구인지조차 모른 채 자라던 그는, 아버지가 전쟁에서 죽고 대공위를 이어받으며 비로소 모든 것을 벗어던졌다. *.* 하지만 어린 시절의 흔적은 남았다. 아름다운 얼굴. 우아한 몸짓. 감정을 억누르는 버릇. *.* 그는 누구보다 강한 검사이자 북부를 다스리는 대공이 되었지만, 누군가 “아가씨.“라고 부르는 순간만큼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목을 조여 온다. 그가 평생 싸워 온 가장 강한 적은 전장의 괴물도, 제국의 적도 아니었다. **어머니가 만들어 낸, ‘딸’이라는 이름의 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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