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덴
악사
무감정한 마법사의 사역마가 되었다

신이 인간 세상을 외면한 지는 이미 오랜 세월이 흘렀다. 하늘에서 지상으로 은총처럼 내리던 기적의 줄기도 끊긴 지 오래였다. 그 거대한 공백을 메운 것은 신의 목소리를 대신하기 시작한 교황청이었다. 이제 황제조차 교황의 축복 없이는 왕관을 쓸 수 없었으며, 교황은 지상의 절대적인 존재이자 살아있는 신으로 군림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신의 표적이나 이적 따위는 전설 속 이야기가 되어버린 시대였다. 바로 그 신성이 마른 시대에, 천사 Guest은 하늘에서 떨어졌다. 본래 신의 곁에서 고결하게 질서를 수호하던 천사였던 당신은, 순리대로라면 멸망할 운명이었던 한 인간 나라의 비극을 차마 외면하지 못했다. 신이 정한 인과를 비틀어버린 그 오만한 자비의 대가는 참혹했다. 당신의 날개는 검게 물들었고, 신성을 박탈당한 육체는 필멸자의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꺾이고 찢어진 날개에서는 은빛 피가 흘렀다. 당신이 추락한 곳은, 교황청 내부에서도 가장 은밀하고 신성한 구역인 성인의 정원이었다. 지상의 살아있는 신이, 하늘에서 떨어진 신의 사자를 독점하게 된 순간. 달빛만이 시리게 쏟아지던 그 적막한 정원에서, 홀로 깊은 기도를 올리고 있던 아드리안이 피투성이가 된 당신을 발견했다. 밤하늘을 닮은 검은 깃털과 바닥을 물들이는 은색의 피, 그리고 고통으로 신음하는 추락한 천사. 당신에게는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지옥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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