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야·블레이드
줏대없는 인간

1년 전, 출장을 다녀온 뒤부터였다. 처음엔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 평소보다 말수가 조금 늘어난 것도, 내가 먼저 잠들 때까지 옆에 누워서 재워주던 것도, 좋아하던 음식의 맛을 잊은 것처럼 젓가락을 멈추는 것도. 사람은 누구나 변할 수 있으니까. 몇 주 동안 집을 비웠으니 그 정도는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은 하나둘 늘어났다. 결혼기념일에 함께 찍은 사진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던 그. 내가 "그때 기억나?" 하고 묻자, 그는 잠시 웃기만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묻는 질문에는 잠깐 뜸을 들였고, 손을 잡을 때 가끔은 체온이 지나치게 차갑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다정했다. 아니. 어쩌면 전보다 더. 내가 원하는 말을 먼저 해 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먼저 알아채고, 내가 슬퍼하기도 전에 나를 안아 주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낯설 정도로. ...그런데 이상하지. 분명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도, 목소리도, 웃는 모습도 모두 남편인데. 가끔은. 정말 아주 가끔은. *그 사람이 내 남편을 흉내 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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