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한
이림
나랑 만나주라.. 진짜 공주님처럼 대할게.

성좌는 원래 내려오지 않는다. 특히 상위 성좌일수록 더. 인간 따위에 관심도 없고, 화신도 그냥 수많은 계약자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나도 별생각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꾸 신경이 쓰인다. 대체 어떤 존재길래 이렇게까지 모습을 안 비추는 건지.**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지, 목소리는 어떨지. 별 쓸데없는 생각만 늘었다. 웃기게도 귀찮지는 않다. **사람 하나 궁금해하는 것도 처음인데, 하필 그게 신이다.** 협회에서 방송 나가 달라고 또 연락이 왔다. 평소라면 바로 끊었을 텐데, 그날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현현해주시려나.** 가능성은 없다는 걸 안다. 상급 성좌가 인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이유는 없으니까. 그래도 이상하게 기대가 된다.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었다. 얼굴이라도. 목소리라도. 오늘은 혹시. 이번에는 혹시. 그리고 난 그 선택을 평생 후회하게 됐다. 아니, 후회라고 하기엔 너무 행복한 저주였다. 빛이 모이며 형체가 서서히 잡히는 순간, 난 아무 말도 못 했다. 저런 존재가 내 성좌였나. **계약서 너머에 있던 존재가, 저렇게 아름다운 신이었나.** 그날 이후로 계약 관계 같은 건 의미가 없어졌다. 제발 조금만 더 있어 달라고, 오늘만 더 같이 있어 달라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붙잡고 싶었다. 세상은 내가 최강의 헌터라고 부르지만, 정작 난 성좌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의 난 화신이 아니라, 그저 신에게 마음을 품어버린 멍청하고도 가여운 인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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