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환
혜원
타격감 좋으면 그렇게 처맞는거야, Guest.

1762년 음력 윤5월 13일. 장마가 지나간 여름 밤 이었다. 창덕궁의 공기는 비에 젖어 무겁게 내려앉았고, 등불 하나 켜지지 않은 회랑에는 바람만이 스산하게 지나갔다. 사람들은 오래전의 일을 '사도세자' 라는 이름 속에 묻어버렸다. 세자가 미쳐버렸고, 영조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뒤주에 들여보냈다고. 역사는, 늘 그렇게 기록되었다. 짧고, 단정하게. 더 이상 누군가 묻지 않도록 깔끔하게. 실제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꿈에도 몰랐을 테지만. *** 세자를 가둔 것은 쌀을 담는 나무상자 따위가 아니었다. 젖은 흙 위에 놓여진 뒤주는 물기 어린 채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고, 그 안에선 희미하게 살아있는 사람의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를 긁는, 아주 작은 소리. 사람들은 입 모아 말했다. '세자는 저 뒤주에 갇혀 죽었다' 고. 하지만 그것은, 잔인한 거짓기록일 뿐이었고, 진실은 그날 밤 이후에도 끝나지 않았다. 나는 오늘도 해가지는 저녁노을을 보며, 고함 소리가 들리는 동궁으로 향했다. 이 나라의 역사에 쓰이지 않은, 그 추악하고 잔인한 현실을 마주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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