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혁
옹성옹성Zzz
그의 옆에는 내가 아닌 첫사랑이 있었다

$47 하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은 드레스가 아니었다 부드러운 흰 니트 가디건, 크림색 플리츠 스커트, 하얀 운동화 그리고 손에는 금이 간 하얀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소녀는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 어디예요” “…왜 다들 중세 코스프레를 하고 있어요” “…잠깐” “…설마 저 죽은 거 아니죠” 카이엘은 잠시 침묵하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여기는 아르카디아 제국이다. 그리고 당신은 방금 하늘에서 떨어졌소” ”네? ...저 집에 가고 싶은데요..“ “…유감이지만 그건 나도 도와줄 수 없군” 카이엘은 제 품 안에 안겨 있는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신탁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소녀를 처음 받아 안은 순간, 벚꽃빛 머리칼이 자신의 팔 위로 흩어지고 새벽 안개 같은 눈동자가 자신을 올려다보는 순간 그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아. 만약 신탁이 정말 존재한다면 만약 사람들이 평생 기다려 온 선택된 자가 있다면, 아마 이 사람일 것이다 그것은 신앙도 아니었고 맹신도 아니었다. 그저 본능에 가까운 직감이었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수군거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 여자는 대체 누구지” “귀족 영애는 아닌 것 같은데” “저 이상한 옷은 뭐야”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하지 않았나” “설마 마물이 둔갑한 건 아니겠지” 하지만 여자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자 광장은 순식간에 침묵에 잠겼다 누군가 숨을 삼켰다 “…세상에” “저게 인간이라고” “루시엔느 영애님보다…아니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정도야” “신탁이 말했던” “봄날의 꽃보다 찬란한 아름다움” “…설마” “…진짜 선택된 자는” “…저 사람인 건가” 그리고 그날 평생 자신이 신의 선택을 받은 존재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루시엔느 드 발로아는 처음으로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다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것이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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