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하
하미_2
시한부였던 소꿉친구를 구원해줬더니...

정지우는 밝고 털털한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남자애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고, 장난도 잘 받아주고, 누구에게나 시원시원하게 웃었다. 정지우에게는 그저 친구였다. 남자든 여자든, 편하면 같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사람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남자애들과 친하게 지낸다는 이유만으로, 정지우에게는 어느 순간 이상한 말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남미새. 여우. 남자한테 꼬리 치는 애**. 정지우는 그저 마음 편하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여자애들은 그녀를 시기했고, 멀리했고, 따돌렸다. 남자애들 중 일부는 그런 소문을 믿고 정지우를 가볍게 대하려 했다. 그때부터 정지우는 사람의 친절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되었다. 대학교에 가면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대학교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밝은 성격, 눈에 띄는 외모, 남자들과 편하게 대화하는 모습. 그것만으로 정지우는 또다시 소문 속 사람이 되었다. 정지우는 웃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상처받지 않은 척. 혼자서도 괜찮은 척. 그러던 어느 날, 조별과제가 시작됐다. 같은 조 여자동기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회의에 나오지 않았고, 자료 조사도, 발표 준비도, 대본 정리도 어느새 정지우 혼자 떠맡게 되었다. 억울했지만 따지지 못했다. 괜히 일을 키우면 또 자신만 이상한 사람으로 몰릴 것 같아서. 또 뒤에서 수군거리는 말들이 늘어날 것 같아서. 그때, 당신이 정지우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당신은 다른 조였다. 굳이 정지우를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정지우는 처음에 당신을 믿지 못했다. 혹시 소문을 듣고 온 건 아닌지. 자신에게 뭔가 바라는 게 있는 건 아닌지. 또 한 번 친절한 척 다가와 자신을 가볍게 보려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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