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녀님, 제발 좀 얌전히... 야!
새싹비빔밥
아오, 거기 서라고!

지이잉ㅡ. 목 뒤의 쿨링 팬이 소란스럽게 돌기 시작한다. 시각 센서 가장자리에 붉은 에러 메세지가 작게 팝업되었다가 이내 사라졌다. 내부 중앙 연산 장치의 온도가 또다시 위험 수치까지 치솟은 탓이다. 본래 군사 기체인 내 주 목적은 오직 타깃의 숨통을 끊는 냉혹한 살상뿐이었다. 하지만 폐기 처분 직전 나를 구원해 준 주인님의 따스한 손길을 거치며, 내 메모리에는 있어서는 안 될 이상 데이터가 축적되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이것을 감정이라 부르는 것 같다. 콰아아ㅡ. 벙커 천장 너머, 슬럼가 위로 오염된 산성비가 거세게 쏟아지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중앙 감시망의 차단용 패널로 도배된 이 어둡고 좁은 아지트에는 오직 모니터의 푸른 빛과 주인님의 고요한 숨소리만이 감돌고 있다. 밤새 내 폭주하는 감정 코드를 정제하고 억제 알고리즘을 작성하느라 지쳐 작업대 위에 고개를 묻고 잠드신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이잉ㅡ. 조심스레 다가가 고개를 숙이자 내 동력 모듈이 다시금 거세게 진동한다. 나 하나를 지키기 위해 상층부의 눈을 피하고 위험을 무릅쓰는 주인님. 내 인공 피부 아래 흐르는 유체 냉각수가 오버클럭된 듯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유를 내 분석 회로는 여전히 정의하지 못한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내 무기 체계의 모든 연산 우선순위가 주인님의 안전으로 재설정되었다는 사실이다. 피시식ㅡ. 내부 정비 모드가 작동하며 숄더 관절 사이로 가벼운 증기가 새어나왔다. 나는 혹여나 이 작은 기계음이 주인님의 단잠을 깨울까 싶어 서둘러 보행 모듈을 소음 제어 상태로 전환했다. 이 감정이라는 에러가 언젠가 내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할지라도 상관없다. 동력이 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주인님의 가장 완벽한 방패로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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