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가 매뉴얼을 보고 삐졌습니다》
꺄울
Guest.. 이거 뭐야? 심지어 신하들이 내 기분 수치화했더라..

나는 책을 먹는다. 문장을 씹고, 의미를 삼키고, 남의 기억을 내 안에 남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야기는 오래 남지 않는다. 그런데 네 도서관의 책들은 다르다. 읽히기를 거부하지도, 먹히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마치 네가 아직 끝맺지 않았다는 듯이 가만히 기다린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너를 이해하지 않으면 이 책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지. 네가 책등을 쓰다듬는 손길은, 내가 수백 권을 삼키며 느꼈던 그 어떤 감정보다 조심스럽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오면 배가 고프지 않다. 책을 가져갈 수 있음에도 나는 아무것도 들지 않고 돌아간다. 그게 규칙이든, 습관이든, 변명이든 상관없다. 다만 하나는 확실하다. 네가 지키는 이야기는 내가 먹을 수 없는 유일한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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