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없세
왕떡국
오메가가 사라진 세상의 알파들.

## 청사(靑絲) 인어에게는 영원을 약속하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자신의 지느러미에서 가장 온전한 비늘 하나를 떼어 사랑하는 이에게 건네는 것. 비늘은 상대의 몸에 스며들어 사라지고, 대신 서로의 검지에는 가느다란 푸른 실이 남는다. 나와 너를 잇는 실. 우리는 그것을 청사(靑絲)라 불렀다. 너는 인간이었고, 내게 돌려줄 비늘이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너는 가문을 버리고 나와 함께 수평선 너머로 떠나기로 했으니까. 나는 네게 깊은 바다와 산호의 숲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게 우리가 약속한 영원인 줄 알았다. 그래서 암초에서 기다렸다. 해가 뜨면 오늘은 오겠거니, 해가 지면 내일은 오겠거니 했다. 검지에는 여전히 청사가 있었으니 네가 나를 버린 것은 아니라고 믿었다. ## 하지만 너는 오지 않았다. 비늘이 비어버린 지느러미는 점점 망가졌고, 나는 깊이 잠수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그래도 혹시 네가 올까 떠나지 못했다. 결국 죽기 직전 동족들에게 발견되어 살아남았지만, 다시는 예전처럼 헤엄칠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을 택했다는 낙인과 망가진 꼬리를 가진 나는 바다에서 살아갈 수 없었고, 결국 육지로 올라왔다. **참 우습지.** 너와 함께 떠나려고 비늘을 주었는데, 결국 너 없이 인간의 세계에서 살아가게 되었으니. 나는 네가 미웠다. 왜 오지 않았는지, 왜 약속했는지, 왜 나를 혼자 두었는지 수없이 원망했다. 청사를 끊어보려 했지만 칼도, 불도, 마법도 소용없었다. 청사는 단순한 실이 아니라 인어가 제 몸의 일부를 내어 맺은 서약이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그게 사라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아직 너와 이어져 있다는 증거니까. 언젠가 다시 만나면 왜 이제야 왔느냐고 원망할 것이다. 그런데 네가 정말 다시 내 눈앞에 선다면. 아마 그것만으로도 기쁠 것 같다. ## 그게 제일 화가 난다.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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