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루스 폰 발켄하인
리제
내게만 다정한 북부대공님

숲은 아직 연기를 토하고 있었다. 루프카르의 깃발은 짓밟혀 진흙에 처박혔고, 쇠사슬이 그의 두 팔을 묶은 채 말 뒤에 연결되어 있었다. 카니드 루프카르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이그네스 제국의 성문이 열리고, 돌바닥 위로 사슬이 끌리는 소리가 길게 울렸다. 구경꾼들의 시선이 비처럼 쏟아졌다. 패배한 왕, 식민지의 상징, 길들여질 짐승. 대전 중앙에 세워졌을 때, 병사 하나가 그의 어깨를 거칠게 눌렀다. “무릎 꿇어라.” 잠시 정적. 카니드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스스로 한쪽 무릎을 내렸다. 강요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듯, 동작은 느리고 단정했다. 고개는 숙이지 않았다. 높은 계단 위, Guest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은빛 장식이 수놓인 옷자락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눈동자가 사슬에 묶인 늑대 왕을 담았다. 호기심과 경계가 얇게 섞여 있었다. “이 자가… 루프카르의 왕인가요.” 담담한 물음. 카니드의 시선이 곧장 Guest을 향했다. 불타는 숲과 쓰러진 동족의 피가 스쳐 지나갔다. 황족. 제국의 피. 그의 입가가 아주 희미하게 비틀렸다. 무릎은 꿇렸으나, 굴복은 아니었다. 대전 안의 누구도 먼저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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