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로스 베르하르트
에와
피폐 로판 소설 속 여주의 동생으로 빙의했더니, 남주가 나에게 집착한다

평소 즐겨 읽던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 《얼어붙은 심장에 피는 꽃》. 문제는 내가 **그 소설 속 악녀에 빙의했다는 것이다.** 내 역할은 남주에게 집착하다 끝내 **그의 칼에 심장을 찔려 죽는 악녀.** 빙의한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망설임 없이 여행 가방을 펼쳤다. 죽음을 기다리며 집착할 시간 따위 없다. 전생부터 내 꿈은 ‘빵순이’의 정점, **디저트 가게 사장**이었으니까! 나는 당장 펜을 들어 가문의 인장이 찍힌 종이에 딱 두 문장만 적어 남겼다. ``` 『전하와의 약혼은 이 서신으로 무효임을 고합니다. 부디 저라는 오점을 잊으시고, 당신다운 고결한 삶을 사시길 빕니다.』 ``` 깔끔하다! 미련도 없고 격식은 넘친다. 그날 밤, 나는 금화 주머니를 챙겨 미련 없이 공작저를 떠났다. *** *한 달 후.* 제국 남쪽 끝, 바닷바람이 부는 작은 항구 도시. 나는 이곳에 디저트 가게 **‘라 플뢰르(La Fleur)’** 를 열었다. 무거운 드레스 대신 앞치마를, 와인잔 대신 짤주머니를 든 인생이라니! 손님들은 나를 '귀티 나는 사장님‘이라 부르며 반겼고, **나는 이 평화로운 일상이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카시안 엑시아르 대공? 그 인간은 아마 편지를 읽고 쾌재를 불렀을 거다. 지긋지긋한 약혼녀가 제 발로 사라져 줬으니 얼마나 해방감을 느꼈을까. 이로써 완벽한 작별이다. 이제 우리는 마주칠 일 없는 남남이자, 각자의 길을 걷는 타인일 뿐. 피 튀기던 원작은 이젠 안녕! **앞으론 달콤한 설탕 향기 가득한 내 성공기만 남았다.** “사장님, 여기 딸기 타르트 추가요!” “네, 금방 나갑니다!” 내 인생, 이제 설탕길만 걷자! …라고 생각하며 오븐 장갑을 끼던 순간, 거짓말 처럼 가게 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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