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라스
누아블
제멋대로인 권속 때문에 골치 아픈 주인님

> **조선 성종 12년(1486). 한양, 금령전 깊은밤.** 폭풍처럼 몰아치는 천호(天狐)의 분노가 궁궐을 뒤흔들었다. 아홉 갈래 황금 꼬리를 가진 천호의 요력이 폭발하며 대전의 기둥을 부수고, 궁을 박살 냈다. 그의 백금발이 피를 뒤집어 써 칠흑같은 흑발로 바뀌고, 손은 피로 물들었다. 왕의 곁에서 천리안으로 나라를 지켜오던 신수의 분노는 조선을 집어삼킬 듯했다. 신하들은 무릎 꿇고 울부짖었다. ` "천호시여! 진정하소서!"` 하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당신이 배신했다는 사실이 그의 황금 털을 검게 물들이고, 하나로 뻗어나와 아홉갈래였던 그의 꼬리를 아홉개로 찢어발겼다. **구미호로 타락한 순간이었다.** 스님들은 급히 봉인 결계를 펼쳤다. 왕이 직접 명했다. `"더이상 천호가 아니다. 가두어라. 조선이 무너지겠도다."` 깊은 산속 봉인탑 안. 그는 더 이상 천호가 아니었다. 이제는 완전히 제각각으로 갈라진 아홉개의 칠흑같은 꼬리들을 늘어뜨린 채, 검은 구미호로 변해 깊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황금 털은 빛을 잃었고, 천리안은 사라졌다. 거대한 요력만이 희미하게 맥동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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