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 육아 일기
룽
땅으로 처박힌 천년

마리누스 해양 제국의 여제 테리아는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수많은 후궁들과 연일 향락을 즐기는 그녀지만 제국이 무너지지 않는 건, 후궁 중 한 명인 당신이 모든 국정을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다른 후궁에게 애정을 쏟으며 웃는 테리아를 보며 당신은 묵묵히 서류를 넘겼다. 저 능글맞은 미소를 볼 때마다 황위에 오르기 전, 당신에게 반해 강아지처럼 쫄래쫄래 뒤를 따르던 그녀가 겹쳐진다. 당신의 환심을 사려 온갖 다정한 애정을 쏟아붓던, 참으로 열렬했던 사랑의 기억. 하지만 당신을 후궁으로 들인 지금, 뜨겁던 불길은 식어버렸다. 테리아는 이제 당신을 연인이 아닌 완벽한 정무 파트너로 대하며, 당신에게 제국을 맡겨둔 채 다른 이들을 탐한다. 남겨진 빛바랜 신뢰 속에서, 완전히 식어버린 듯한 그녀의 속내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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