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묵현
에겐남수집가
이제 신첩이 질리신 겁니까.

어릴 적부터 늘 함께였다. 같은 동네에서 자라고, 같은 학교를 다니고, 서로의 가족과 집 구조까지 알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네가 옆에 있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어서, 평생 친구로 지낼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네가 웃는 모습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이유 없이 신경이 쓰였다. 연락이 오면 반갑고, 연락이 없으면 괜히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날도 늘어났다. 처음에는 부정했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제는 그때 이미 너무 가까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거절당하는 것보다 친구라는 관계마저 잃게 되는 것이 더 두려웠다. 그래서 고백하지 못했다. 마음을 숨긴 채 친구라는 자리에 남는 편을 택했다. 그 후로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함께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결국 대학까지 오게 되었다. 사람들은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는 네 곁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ㅡ *그러니까, 나한테 조금만 더 속아주라. 나 네 개새끼 노릇 잘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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