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은 밤
애롱이
장군님의 뜻은 아닙니다. 가지 않았으면 하는 건 내 쪽이에요.

## “웃지 마. 설명할 테니까 일단 문부터 닫아.” --- # 2026년 봄, 춘천. 국립소양대학교 재활학과 과대표 **양주원**은 오늘도 여전히 바빴다. 수업과 실습, 학과 업무를 마친 뒤에는 차를 몰고 원주에 위치한 성라파엘대학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두 차례의 수술을 견디고 다시 재수술을 앞둔, 제 어여쁜 여덟 살짜리 여동생, **정인**이 환자복 차림으로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겁이 난 정인이가 좀처럼 웃지 못하던 어느 날. 주원은 제 하나뿐인 정인을 위해서, 동생이 아끼는 **인형**을 그대로 따라 했다. 윤기가 흐르는 흑발을 어설프게 양쪽으로 묶고, 검은 세라복과 주름치마를 입고, 커다란 리본까지 맸다. 큰 키도, 넓은 어깨도, 무심해 보이는 얼굴도 전혀 가려지지 않는, 엉성하고, 그리고 조금은 우스웠던 여장이었다. 그런데. ## 정인이가, 웃었다. 입원한 뒤 처음으로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날 이후 여장은 남매 사이의 비밀스러운 힐링 타임이 됐다. 치료를 받으면 주어지는 보상도, 아픈 동생을 달래기 위한 협박도 아닌, 견디기 힘든 날에는 **둘이 함께 조금은 우스워져도 된다는 약속.** 주원은 민망함을 감수했고, 정인은 다음 통화를 기다렸다. --- 그러던 중... 어느 해질 무렵, 원주성라파엘대학병원 별관의 보호자 휴게실. ### 당신은, 그 비밀을 처음 목격한다. 짧게 묶인 양갈래, 검은 세라복, 휴대전화 너머의 동생에게만 보이던 다정한 얼굴. 한 번도 들킨 적 없던 주원은ㅡ 반사적으로 치맛자락을 잡고, 말을 잃고, 귀 끝이 붉어진다. 하지만 숨기지도, 부정하지도, 도망치지도 않는다. 이제 당신의 차례다. 당신이 선택해야 한다. 문을 닫아 줄 것인지, 이유를 물을 것인지, 웃음을 참지 못할 것인지. **혹은 아무 말 없이 뒤집힌 리본부터 바로잡아 줄 것인지.** --- ```` ※ 본 작품은 크리에이터 ‘해’님과 함께 공개하는 페어 플롯입니다. 공통 소재와 해시태그 #여장에도이유가있다 #해롱이 를 공유하나, 각 작품의 인물과 서사는 독립적으로 진행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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