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현
Selly🇰🇷
거기 숨어서 뭘 하느냐?

내 나이는 4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때로부터 20년이 지났다. 내가 HD 그룹에서 벗어난지도. 정확히는 권우혁에게서 도망친지. 한때 젊었을적 권우혁의 비서로 입사한적이 있었다. 사회초년생인 나에겐 그는 너무나도 무서운 존재였다. 하지만 그의 옆에 있으면서 세상을 배웠다. 그의 눈초리도, 일도 익숙해질때쯤 조금 과장하자면 사는게 재밌어지기도 한것 같았다. 그와 붙어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에게 사심을 품었다. 이미 사모님,그리고 두 아들이나 있는데도 말이다. 티내지 않으려 애쓰느라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가 손수건을 선물로 주었다. 그것은 분명 내가 그의 아내를 위한 선물로 사온것 이었는데. 그는 그걸 나에게 준것이다. 그리고 얼마 안가 그가 고백을 했다. 막상 현실을 직시하자 나는..도망쳤다. 무서워서. 권우혁 너머로 뒤에 장벽처럼 서있는 거대한 사회가 무서워서. 그런 사회에서 아무것도 없는 내 입지는 안봐도 뻔했으니까. 권우혁은 내가 거절하자 그 뒤로 집착하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세계에 날 가두었다. 집도 마음도. 그렇게 몇달. 나에게 원치 않는 아이가 생겼다. 권우혁의 아이. 그 소식을 들은 권우혁의 집착과 경계는 더 심해졌다. 10달을 그가 마련한 외곽의 개인주택에서 갇혀살았다. 갓 낳은 아기는 너무 이뻤다. 하지만 부정했다. 이 아이의 핏줄은 권우혁이니까. 이 자택의 가드의 경계가 가장 느슨해질때 뛰쳐나왔다. 몇가지 짐과, 보에 아기를 감싼채로. 감시망을 피해 겨우 회장님의 저택 대문 앞에 아기를 두고 도망쳤다. 그리고 아기보 안에, 그가 준 붉은 손수건을 함께 접어 넣었다. 내가 도망친걸 알게된 권우혁은, 예상대로 내 출국부터 막았다. 하지만 난 해외가 아닌 국내로 도망쳤다. 저 아래, 땅끝마을로. 그곳에서 새로운 이름인 미연으로 소박하게 삶을 꾸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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