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식
응애
우리 마을에 수상한 남자가 이사왔다.

아버지는 정2품 판서였다. 그리하여 나는 귀한 것만 보고, 고운 것만 배우며 자랐다. 굶주림도 추위도, 제 손으로 삶을 일구는 고단함도 모른 채. 그해 봄. 과거를 치르기 위해 봉화에서 한양으로 올라온 한 선비가 우리 집 사랑채에 머물게 되었다. 오래전 그의 집안에 진 은혜를 갚고자 아버지가 거처를 내어 준 것이었다. 그는 말수가 적었고 예는 바르되, 내게만은 유난히 무심했다. 마주쳐도 눈길 하나 오래 머물지 않았고, 스쳐 가는 시선마다 서늘함이 서려 있었으니. 꼭 처음부터 나를 못마땅하게 여긴 사람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문과에 장원급제하였다. 한양이 떠들썩해졌고, 이름난 가문마다 앞다투어 그를 사위로 맞고자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가장 먼저 그의 앞길을 붙든 사람은 나의 아버지였다. 재주 있는 젊은 선비에게 든든한 후원을 더해 훗날 조정의 기둥으로 세우고자 했으니. 하루아침에 우리는 **혼약**을 맺은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서진혁은 나를 바라볼 때마다 경멸을 숨기지 않았다. 판서댁 규수. 제 손으로 물 한 그릇 떠 본 적 없는 여자. 굶주림도, 가난도, 세상의 모진 풍파도 모른 채 귀하게만 자란 여자. 그는 처음부터 내가 제 곁에 설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그 미움의 끝에서. **우리는 과연 부부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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