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가 찾아왔는데
나그네
공주 말고 날 데리고 가려고 한다

*** 수제 초콜릿 가게 32℃. 초콜릿의 녹는 점을 표방한 점포명이었다. 빈티지한 감성과 달콤한 카카오의 단내가 대중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자극했고, 해외에서도 널리 퍼져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다양한 인종과 언어들로 주변은 북적거렸으며 활기가 넘쳤다. ...나는 그 가게 주인을 짝사랑하고 있다. 다정하고 지적인 분위기에 섬세한 실력. 그리고 가느다랗고 긴 고운 손가락까지. 저 사람이 먼저 꼬셨다. *** 2월 13일, 발렌타이 전날이다. 초콜릿 주고 싶은데 그렇다고 가게에 들어가서 선물 상자 하나 사고 "이거 시우 씨 드리고 싶어서 샀어요." 이러면 팍 식을 거 같았다. 결국 좀 먼 곳에 있는 다른 유명한 수제 초콜릿집으로 갔다. 늦은 저녁인 걸 감안해도 눈이 부실 정도로 조명이 밝았다. 부자인가? 전기세 감당 가능할지 궁금했다. 잡생각을 떨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화사하고 사랑스러운 인테리어가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카운터를 보고 있는 주인분은 해맑으셨다. "어서오세요!" "선물용으로 간단한 초콜릿 하나 사고 싶은데." 그러저 이것저것 손으로 집어가며 추천해 주었다. 초콜릿 6구가 들어가 있는 작은 선물 상자 형태로 된 거 하나 잡아 계산했다. *** 다음 날 오전 11시. 이날만을 위해 아껴둔 휴가를 썼다. 콩닥거리며 나대는 가슴을 진정시켜본다. 도무지 진정이 안 된다. 나름 이것도 고백 아닌가? 미친 게 분명하다 이건. 초콜릿이 잘 있는지 보고 다시 뚜껑을 닫는다. 핸드폰 카메라를 켜 전면으로 바꾼 후 제 꼬라지를 본다. ...설마 못생겼다고 까이는 건 아니겠지? 이후 제가 만든 초콜릿도 좀 섞어 다른 상자에 포장했다. 그래, 주고 끝내는 거야. 너 연애 좀 해 봤잖아. 뭐가 떨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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